오랜만에 산행을 시작하고 가장 힘든 코스를 선택한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간다
그동안 산불방지 기간이 연장되어서 5월 26일부터 해제되었다
5월 29일 새벽에 혼자 떠나려다가 지인이 같이 가자고 제의를 해서 그러자고 했다
다만 힘이 부치면 마등령 삼거리에서 백담사로 하산하자고 했다
산행 초보자여서 공룡능선은 무리이고 만에 하나 힘든 일이 발생하게 되면 혼자 해결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룡능선을 산행하려면 집에서 밤에 출발해서 최소한 새벽 2시부터 출발해야
초보와 동행하기 때문에 저녁때쯤에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인이 부탁한 시간이 새벽 4시에 출발하자고...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하니 7시 30분
어차피 늦은 저녁이 돼야 내려올 것 같았다
위험 하지만 한 번 가보자 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20시간을 걸려서 조용한 밤하늘 쏟아지는 별을 보며 새벽 2시에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 길에서 만난 5월의 서락 야생화
산솜다리를 만나고자 했고 많은 아이들과 눈 맞춤했다
공룡능선을 야간에 걷는다는 건 정말 위험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산행을 마쳤기에 망정이지 정말 노심초사했던 이 번 산행이었다
다만 천천히 걷는 길에서 얻은 소득은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다
덜 피곤하고 많은 것을 보며 여유로운 산행을 했다는 것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은 있었다는... 산솜다리. 요강나물 군락지
날씨가 좋은 날
설악산에 오게 되는 것도 행운
소공원에 7시 30분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신흥사를 거쳐 비선대에 도착하니
9시가 다되었다
아마도 금강굴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넘 었을 것이다
그래도 급한 것 없이 여유롭게 카메라 셧터를 지인과 눌러 댄다
ㅎㅎ 겁이 없으니 천하태평
함박꽃이 흰구름과 잘 어울린다
마등령을 걸으며 연신 탄성을 지른다
언제 공룡능선을 걸을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 ㅋㅋ
마등령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그만큼 경치가 좋았다는 의미
올라갈 수 있는 바위는 다 올라보고 오늘은 마등령만 걷는 줄 착각 ㅎㅎ
물참대 가 바위 끝자락에 피었는데 너무 멋져서 시간 좀 보냈다
소나무에 붙어사는 금마타리
사이좋게 오래오래 잘 살아라
고지대 능선 암반 주변에서 자라는 울리(울리)
앙증맞은 이쁜 종을 닮아서 정감이 가는 꽃이다
의외로 설악에서 둥굴레는 귀한 편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을 가봐도 지천에 널린 게 둥굴레인데... 마등령 중간쯤에서 만난다
이미 다른 곳에서는 지고 없는 산철쭉이 마등령에서는 아직 고운 모습으로 있었다
개인적으로 저 분홍빛 은은한 색이 좋다
그래서 내심 이번 산행길에서 만나려나 기대를 했다
희귀종인 난쟁이붓꽃
설악산 능선에서 자생하는 종으로 다른 곳 붓꽃 보다 키가 작다
거친 비바람을 견디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 이 아닐까
공룡능선을 걸을 때 요강나물 이 군락으로 피는 곳을 봐 두었다
올 해도 그 자리에 어김없이 있네
마등령 삼거리 쉼터 근처에서 그 특이한 꽃을 피웠다
얘는 이름을 모르겠다
마등령 삼거리 쉼터를 지나면서 큰앵초 군락지가 있다
이 시기에 설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 가 아니던가
흰색이나 파란색은 없어도 군락으로 피어있어 나름 멋졌다는..
2018년 5월 그때는 우연히 흰색 큰앵초를 보았는데 올 해는 보지를 못했다
자주솜대가 맞는지 모르겠다
산솜다리는 고산지대에 피는 꽃이다
유럽 알프스의 고원에서부터 히말라야 산맥과 중국의 쓰촨 성 고지대에도 비슷한 종들이 많다
5월과 6월 초에 공룡능선을 걸을 때 꼭 보고자 하는 꽃
올 해도 어김없이 마등령 삼거리를 지나서 공룡능선에 진입하며 산솜다리를 만난다
나한봉 근처에서 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산솜다리
산솜다리는 고지대 능선 바위에 자생하는 관계로 큰 일교차를 견디어야 한다
그래서 좀 특이한 형태를 가진다
온몸을 털로 덮어쓰는 것이다
따듯하고 통풍이 잘되는 코트를 입는 것과 같은 이치
이렇게 바위의 갈라진 틈에 조금에 흙이라도 쌓이면 그곳에 터를 잡는다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 있으면 서로 의 체온을 높일 수 있으니 추위에 유리하겠지
금강큰애기나리 꽃 봉오리
금강큰애기나리
산솜다리가 지천으로 피었다
물론 뒷 배경이 멋진 곳에 자라는 아이들은 위험한 곳에 있으니 근접하기가 쉽지 않다
얼레지 씨방이 홀로 서있다
도도한 얼레지
난쟁이붓꽃이 나한봉부터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희한하게 산솜다리 랑 거의 같은 지역에 분포한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 한 아이들
나한봉에서 1275봉으로 그리고 노인봉 주변까지 산솜다리 와 함께 한 오월의 공룡능선
이토록 천천히 여유롭게 공룡을 걸어볼 날이 다시 있을까
천천히 걷는다는 것
그것이 주는 많은 것들을 다시 한번 느끼는 하루였다
귀하다는 금강봄맞이도 보고...
이제껏 4번의 공룡능선 길에서 이 토록 여유롭게 산솜다리 랑 눈 맞춤하고 또 한 저녁노을을
본 유일한 산행
위험한 공룡능선의 밤하늘을 보며 걷고 통상적이지 않은 산행 스케즐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별 탈 없이 산행을 마무리했다
아침 7시 30분 소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다음 날 새벽 2시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
20시간의 산행길에서 느끼는 희열과 두려움을 다 경험한 날
초보 산행자를 데리고 겁도 없이 그 험한 길을 걸었음이 다행이었고
더욱 놀란 건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 아무 말 없이 걸어준 그 초보 깡다구를 칭찬하고 싶다
집에서 4시에 출발해 다음 날 10시 30분 동안의 여정을 함께 한 동료 초보 산꾼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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